매일매일 반복되는 이 길이 맞는지도
틀린 줄도 모르겠다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것 같았던 나는
올라가고 있었다
나무에만 사는 다람쥐는 평생 숲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가끔은 저 멀리서 나를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주저앉고 싶은 순간에도
시간을 돌리고 싶은 순간에도
그래, 그래도 내가 걸어온 것들을 돌아보면
나는 그래도 올라가고 있었다
이 계단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매일 차곡차곡 올라가는 자부심 넘치는 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쓸모라고는 하나도 없이 버려지는 시간일 것이고
누군가에는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매년 착실하게 하루를 계획하면서도
그렇지 못한 날들이 훨씬 많았고
지난날의 어리석음으로 인한 과보들에 묶여 멍하니 계단을 바라보기만 했던 날들도
가해자 없는 발길질에 차여 저만치 굴러떨어진 날들도 많았지만
툭툭 털고 올라서고 보니 나쁜 경험들도 그저 계단 삼아 올라가면 그만이었다
아무도 날 쫓아오는 이가 없는데
나는 늘 나에게 쫓긴다
주변 시선에 덧나지 않기 위해 악을 쓸 때도
악을 쓸 힘조차 남아있지 않아 입술 사이로 힘 빠진 숨만 쉬어야 하는 날도 있었다
앞이 안 보일 만큼 굵은 빗줄기가 눈 앞을 가릴 때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기꺼이 흠뻑 젖었건만
날이 개고도 무엇하나 쥐어진 것 없는 말간 빈손을 마주할 땐
영원한 장마에 갇혀버린 듯 세상이 까마득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오늘을 산다.
켜켜이 쌓아 올린 무수한 어제를 밟고
곧 어제가 될 오늘에 서서
내 남은 인생 중에 가장 젊은 순간에
내 살아온 날 중에 가장 나이 든 숨을 쉬며
살아있음에, 걸을 수 있음에, 잠들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내일을 오른다.
좋은 인생이다.
쉬는 것도, 걷는 것도 전부 제 몫이다.
[Credits]
Composed by DALSIA(달시아)
Arranged by DALSIA(달시아), 한조
Lyrics by DALSIA(달시아)
Background Vocals by DALSIA(달시아)
Piano DALSIA(달시아)
Guitar 조근한
Synthesizer by DALSIA(달시아)
Digital Editing by DALSIA(달시아)
Recorded by DALSIA(달시아)
Mixed , Mastered by DALSIA(달시아)
Artwork & Album Design by DALSIA(달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