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여름, 조그만 빨간색 1세대 프라이드는 원주에서 서울 집으로 내달렸다.
달콤한 방학 여행을 다녀오던 여덟살 사내아이는 뒷좌석 엄마 품에서 곤히 잠들었는데
한참 후 눈을 떴을 때 아이는 시끄러운 공간 딱딱한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이유 때문인지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힘겹게 고개를 겨우 들었을 때 맞은 편 침대 위에 누나가 보였는데,
아무리 불러도 누나는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
그것이 응급실 안에서 누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터널 같은 여러 해가 지나 청년이 된 아이는
우연히 엄마의 화장대 서랍장 깊은 속에서 허름한 공책 한권을 꺼냈다.
죽은 누나의 마지막 일기장이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진 누나에 대한 그리움을 누나가 남긴 일기장을 소재로 곡을 썼다.>